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를 좋아한다. 이것은 사내 둘이 대결하는 이야기지만, 관객은 한쪽 편을 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싱경기의 특징이 그렇다. 두 사람이 피 터지도록 싸우지만, 거기에는 선악구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규칙에 의해 싸우고 승패를 정할 뿐이다. 단순한 듯한 이야기에 진정성을 불어넣으니 영화는 어느 장면, 어느 캐릭터 하나 버릴 게 없는 수준이 돼버린다. 위와 같은 이유로 '주먹이 운다'는 '남자들의 끝장 대결'을 다룬 영화 중 독특한 포지션이다. 대부분 남자들의 끝장대결을 다룬 영화에는 선악구도가 존재한다. 관객은 당연히 선한 자(혹은 조금 덜 악한 자)의 편에 서서 정의가 구현되는 모습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여기에 강한 것들 끼리 맞붙는 데서 오는 타격감도 즐겁다.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