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6

도쿄에 다녀왔습니다만... Day 1

4월말에 일본여행을 다녀온 나에게 "왜 7개월만에 또 떠났는가?"라고 묻는다면 몇 가지 그럴싸한 이유로 답을 할 것이다. ①4월말에 갔던 홋카이도가 꽤 재밌었고 ②지난 몇 년간 여자친구와 제대로 여행을 다니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이 아직 덜 해소됐으며 ③일본이라는 나라에 궁금한 게 조금 더 생겼다. 이 이유들은 어쩌면 핑계일 수 있다. 나는 대외적으로, 그리고 여친에게 '7개월만에 또 일본으로 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엔화가 남아서". 실제로 나는 홋카이도에 갔을 때 10만엔의 엔화를 바꿨고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4만8000엔 정도 남아있었다. 그 때 이후 엔화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고, 특히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는 미친 듯이 올라버려서 "바꿀까?"라는 미련도 있었지만, 기왕 예약 다 한 거..

일상 2024.12.18

홋카이도에 다녀왔습니다만 - Day 5 (마지막)

모든 여행이 마찬가지겠지만, 마지막 날에는 집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마지막 날에는 별로 쓸 후기가 없다. 마지막 날 우리가 타야 하는 비행기는 오후 4시 20분에 출발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전에 삿포로역 주변에서 해야 할 쇼핑만 대충 하고 일찌감치 공항으로 향하기로 했다. 여친은 이미 돈키호테에서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잔뜩 샀다. 난 딱히 선물 줄 친구가 떠오르지 않아서 내가 먹을 것만 잔뜩 샀다가 "그래도 엄마 드릴 선물을 사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품샵에 파는 건 대체로 식품류다. 과자나 식품 종류를 사다 드릴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좀 더 고급진 물건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茶) 종류를 선물하기로 했다. 일본 여행 내내 먹었던 우롱차나 호지차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상 2024.06.10

홋카이도에 다녀왔습니다만 - Day 4

여행 4일차는 본격적인 삿포로 여행의 막이 오르는 날이었다. 이날 우리의 첫 목적지는 마코마나이타키노레이엔이었다. 블로그나 유튜브를 찾아보면 한국인들이 아예 안 가는 여행지는 아니다. 그러나 많이 찾는 여행지도 아니다. 정확히는 여행지가 아니다. 이곳은 일본 삿포로 남쪽에 있는 공원묘지다. 삿포로 시내를 가로지르는 난보쿠선을 타고 남쪽 끝에 위치한 종점 마코마나이역에 도착한 다음 버스를 타고 또 들어가면 산기슭에 나오는 게 이 공원묘지다. 이곳을 알게 된 건 김지운 감독의 인스타 스토리에서다. 감독님은 당시 삿포로 여행(인지 비즈니스인지 알 수 없지만)을 다녀오면서 낯선 장소의 사진을 올렸다. 탁 트인 평원 위에 모아이 석상이 줄지어 서있었고 판테온 형태의 원형 공간에 거대한 불상이 있었다. 사진으로만 ..

일상 2024.06.05

홋카이도에 다녀왔습니다만 - Day 3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속으로 생각한 게 있었다. 라멘, 스시 위주로 식사를 하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기왕이면 일본의 정체성을 외면하더라도 현지인들의 일상이 녹아든 음식을 먹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 첫날에도 피자와 맥주를 먹었고 이후 삿포로에 넘어가서도 관광객 맛집은 가급적 피할 생각이었다. 예전부터 명동이나 을지로를 돌아다니면 캐리어 가방을 끌고 다니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들을 겨냥한 식당으로 들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비빔밥이나 불고기, 삼겹살 등을 파는 집이었다. 나는 그들을 볼 때면 "더 맛있는 집이 많은데"라며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내가 그들의 위치에 서고 나니 비빔밥, 불고기와 같은 위치에 있을 것 같은 라멘, 스시는 가급적 피하고 싶었다. 이후 여행에서 적어도 한 번은 라멘..

일상 2024.05.28

홋카이도에 다녀왔습니다만 - Day 2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던 노보리베쯔를 떠나 조금은 도시에 가까운 하코다테에 도착했다. 나중에 삿포로에 가서 깨달았지만, 하코다테도 결국 시골은 시골이었다. 나는 하코다테에 대해 정보가 많지 않았다. 거의 유일한 정보라면 김종관 감독의 단편영화 '하코다테에서 안녕'에 담긴 풍경뿐이었다. 그 단편영화마저 눈이 소복히 쌓인 한 겨울의 하코다테였으니 4월말의 하코다테와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그렇게 정보가 부족했으니 하코다테에서 뭘 할 지는 세세하게 정하기 어려웠다. 홋카이도에 거주 중인 지인은 하코다테의 아침시장을 추천했다. 시장 구경은 즐거운 일이다. 지역의 특산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현지인들의 삶의 방식이 가장 잘 담긴 곳도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방을 다니면서도 시장 풍경에 대해 기대하..

일상 2024.05.23

홋카이도에 다녀왔습니다만 - Day 1

나는 '여행'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가보고 싶은 도시(하바나, 뉴욕)나 나라(안도라, 그린란드)가 몇 군데 있었지만, 당장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 외의 장소에 대해서는 굳이 궁금한 게 없었다. 살면서 가 본 여행이라고는 매년 가는 전주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전부였다. 그만큼 여행을 갈 시간에 재미있는 영화나 연극을 하나 더 보는 게 좋았다. 겁이 많아서 여행을 기피한 이유도 있었다. 평소에 공포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몰라도, 나와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 대해 불신이 컸다. 어디 가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무서워서 여행을 못 가겠다"라고 말을 하면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너를 무서워 할거야"라고 답했다(체격이 큰 편이다). 여행을 일부러 피한 건 아니었다. 그저 그동안 '떠나야 ..

일상 202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