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기획 12

불닭국밥의 사사로운 영화 리스트 11편

※ 본래 10편을 고르는게 국룰이지만 본인의 결정장애 영향으로 11편을 선정했습니다.  '추락의 해부' - 나는 '육각형의 영화'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구조가 탄탄하고 이야기에 몰입감이 넘쳐 어느 한구석도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영화는 리뷰를 제대로 쓰기도 어렵다. 빈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추락의 해부'는 '육각형 영화'에 가깝다. 차분하고 묵직하지만, 이야기는 생동감이 넘치고 끝내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치닫는다. 이야기의 긴장감과 재미도 충만하며 뛰어난 미장센과 연기를 자랑한다. 영화의 사회적 책임에도 충실하며 오랜 시간 회자될 화두를 던진다. 심지어 개도 명연기를 펼친다. 근래 보기 드문 명작이다.  '챌린저스' - 어떤 상업영화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말 그대..

콘텐츠/기획 2024.12.19

어쩐지 2025년에 잘 될 거 같은 배우 10인

김재철 - 이 배우의 경력은 대단히 화려하다. 연극무대에서도 잔뼈가 굵은데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단역을 가리지 않고 맡으며 필모그라피를 쌓아갔다. 그는 아마도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있을 거다"라는 기대로 험난한 배우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올해 개봉한 영화 '파묘'는 그토록 기다리던 기회였을지도 모르겠다. '파묘'에서 그가 연기한 박지용은 작품 전반에 흐르는 공포와 무게감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동안 이 배우는 '바람'의 '3학년 선배'로 기억돼왔다. 그러나 올해 '파묘' 이후 '행복의 나라'와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는 이 배우를 기억할 수 있는 작품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장다아 - 장다아는 데뷔 전부터 '장원영 언니'로 알려졌다...

콘텐츠/기획 2024.12.17

이선균 - 출연만으로 작품의 가치를 끌어올린 배우

나는 영화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TV 드라마를 잘 챙겨보지 않는다. 긴 호흡을 가진 이야기를 쫓아갈 만큼 집중력과 인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OTT 이전 시대의 드라마는 한 회차가 끝나면 다음 회차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 기다림이 지겨워서 드라마를 잘 챙겨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 챙겨본 드라마를 꼽아보자면 '커피프린스 1호점', '달콤한 나의 도시', '골든타임' 등이 떠오른다. 모두 이선균이 출연한 작품이다. 배우에 대한 리뷰는 꽤 오랜만에 쓴다. 예전에는 배우에 대한 리뷰를 쓸 때는 나름의 규칙을 세웠다. '모두가 인정하는 배우는 쓰지 않는다', '부정적인 내용을 쓸 배우는 아예 쓰지 않는다' 였다. 모두가 칭찬할 배우에 대해서는 전문가도 아닌 내가 리뷰를 하는 일이 큰..

콘텐츠/기획 2023.12.29

불닭국밥의 사사로운 영화리스트 10편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 이 다큐멘터리는 별 다른 기교가 없다. 그저 엔니오 모리꼬네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시간 순서대로 쭉 훑어간다. 여기에는 엔니오 모리꼬네를 잘 알고 그와 함께 작업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참여한 작품, 그리고 '엔니오의 음악'이 함께 하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쥬세페 토르나토레는 엔니오 모리꼬네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시네마천국'부터 거의 모든 작품의 음악을 엔니오 모리꼬네에게 맡겼다. 엔니오를 잘 아는 만큼 그는 이 다큐멘터리에 별 다른 기교가 필요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저 엔니오의 음악이 이 영화를 완성하게 될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쥬세페의 그 선택은 적중했다. 별 다른 기교가 없어도 숨도 안 쉬고 한 사람의 인생을 정주행 할 수 있었다. 위대한 음악들..

콘텐츠/기획 2023.12.21

어쩐지 2024년에 잘될 거 같은 배우

오우리 - 이 배우의 작품은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지옥만세'와 '너와 나'였다. 공교롭게도 두 여고생의 우정과 갈등을 다룬 영화에 모두 출연했다. 그리고 웨이브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에서도 잠시 지나가듯 등장했다. 이 배우를 알게 된 건 최근이지만, 그 커리어는 2017년부터 시작됐다. 꽤 오래 탄탄하게 경력을 쌓은 배우라는 뜻이다. 반항적인 눈빛과 정확한 대사전달력이 이 배우의 매력이다. 아직도 단편 독립영화를 오가며 경력을 쌓고 있는 이 배우는 조만간 큰 규모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것 같다. 특히 최근 대기업(사람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간 만큼 큰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방효린 - 오우리와 함께 '지옥만세'에 출연한 배우다. 이유미와 변우석, 박정우 등 젊고 유망한 배우들..

콘텐츠/기획 2023.12.13

세기말 '또 다른' 시네필 다이어리

20세기말에 중학생이었던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10대들은 무서운 이야기나 놀이공원 귀신의 집을 좋아한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그 시절 베스트셀러 '공포특급'의 에피소드들 중 몇 개는 지금도 기억에 남을 정도다.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김청기 감독의 로봇물이 좋았고 성룡, 홍금보, 원표의 영화가 좋았던 나는 1995년을 계기로 영화에 대한 지식이 조금 넓어졌다. 그 해는 영화탄생 100주년이 된 해였고 서점에는 '세계영화 100선'이라는 책들이 쏟아졌다. 당시 영화평론가들이 저마다의 시각으로 고른 100편의 걸작들 가운데 내 눈에 띈 것은 조지 로메로의 1968년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었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좀비영화'인 그 작품이 보고 싶어서..

콘텐츠/기획 2023.11.06

어떤 영화의 끝없는 싸움: 자본 계급을 조롱하다

마르크스의 계급론은 불평등을 상징하지 않는다. 계급의 투쟁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성장동력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마치 '설국열차'처럼 한정된 공간 내에서의 인구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적당한 계급 투쟁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기관사 공백을 최소화해 열차를 계속 운행시킨다. 단지 인구과밀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만이 아니더라도 계급투쟁은 정체된 사회의 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는 지도자가 바뀜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정치 이념의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명사회에서 '계급'은 로마 시대부터 존재했었고 그것은 어떤 정치적 이념보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계급은 주로 직업이나 신분, 출생에 기인했다. 왕족부터 시작해 귀족, 종교계, 상인, 노비 등. 부모의 신분은 그 자녀의 신분을 태어날 때부터 결..

콘텐츠/기획 2023.07.11

극장의 생존전략에서 시작된 한국영화의 몰락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들을 살펴보면 "돈 벌었다"라고 말할만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 1월 개봉작 중 대작이었던 '유령'과 '교섭'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데 실패했다. '카운트'도 개봉 후 2주 동안 36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비교적 저조한 수준이다. 3월 1일 개봉한 '대외비'는 5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선방하고 있지만, 출연 배우의 면면을 살펴보면 폭발적인 흥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날 개봉한 '멍뭉이'는 좋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강아지까지 등장하지만, 1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정리하자면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교섭'뿐이다(172만명). 그러나 이마저도 손익분기점인 300만명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3월 15일 개봉하는 '소울메이트'나 ..

콘텐츠/기획 2023.03.08

낭만의 시대를 향한 그리움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디지털의 시대에 20세기를 추억했기 때문이다. 20세기를 살아본 입장에서 내가 기억하는 20세기는 썩 낭만이 있었다. 홍콩할매 같은 시덥잖은 괴담이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휴거 같은 것들을 믿었다. 2000년이 다가오기 전에는 'Y2K' 괴담이 등장했고 기업들이 나서서 이를 걱정할 정도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거꾸로 들으면 악마를 숭배하는 메시지가 나온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도 믿었다(이 이야기는 MBC '뉴스데스크'에도 나왔다). 지나고 나니 20세기의 사람들은 꽤 순박했던 모양이다. 순박함이 낭만을 대변하진 않는다. 그러나 순박함은 조금의 불편함에서 온다. 정보를 습득하는데 조금은 불편했기에 사람들은 상상으로 정보의 부재를 채웠고 그것은 괴..

콘텐츠/기획 2023.01.10

어쩐지 2023년에 잘 될 거 같은 배우

강해림 올해의 말미를 화려하게 장식한 신인이다. 넷플릭스 '썸바디'에서 과감한 연기를 보여준 이 배우는 사실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작품의 무드 자체가 워낙 독특했고 '김섬'이라는 캐릭터도 독특했다. 독특한 캐릭터를 낯선 배우가 연기하니 작품 자체가 새로운 세계와 같았다. 그러다 몇 번 검색해보고...'연애의 참견'에서 재연배우로 활동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놀랬다. 다름이 아니라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이 미모를 '썸바디'에서 그렇게 너프시켜서 작품에 녹아들게 한 정지우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작품을 위해 미모를 감추고 김섬의 독특한 딕션을 소화한 강해림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김수연 '썸바디'에서 김섬과 영기은의 관계는 '다크 유니버스 속 우영우와 동그라미'를 연상시킨다. 영기은..

콘텐츠/기획 202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