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 이 배우의 경력은 대단히 화려하다. 연극무대에서도 잔뼈가 굵은데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단역을 가리지 않고 맡으며 필모그라피를 쌓아갔다. 그는 아마도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있을 거다"라는 기대로 험난한 배우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올해 개봉한 영화 '파묘'는 그토록 기다리던 기회였을지도 모르겠다. '파묘'에서 그가 연기한 박지용은 작품 전반에 흐르는 공포와 무게감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동안 이 배우는 '바람'의 '3학년 선배'로 기억돼왔다. 그러나 올해 '파묘' 이후 '행복의 나라'와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는 이 배우를 기억할 수 있는 작품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장다아
- 장다아는 데뷔 전부터 '장원영 언니'로 알려졌다. 올해 출연한 티빙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에서도 장원영 언니라는 입지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막상 뚜껑이 열린 '피라미드 게임'에서 장다아는 갑자기 등장한 배우답지 않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그리고 이 작품은 장다아에게서 '장원영 언니'라는 꼬리표를 떼게 했다. 차기작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피라미드 게임'이 어쩌다 얻어걸린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걸 알고 작품을 준비한다면 장다아는 '피라미드 게임'보다 더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장다아에게 기대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조윤수
- '박훈정의 딸들'이라고 부르는 배우가 있다. 김다미, 신시아, 박성웅(?) 등이 대표적이다. 조윤수는 드라마 '폭군'을 통해 '박훈정의 딸들'에 합류했다. '폭군'이 '마녀'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만큼 김다미나 신시아가 연기하는 캐릭터와 결을 같이 할 수 있지만, 조윤수가 연기한 채자경은 조금 다르다. 다소 거친 감정연기와 날 것의 액션연기가 주를 이뤄 '폭주한 순간'보다 그렇지 않은 순간이 더 많다. 이는 '마녀', '마녀2'와 달리 감정연기를 해야 할 공간이 더 많다는 의미다. 그 차별점을 조윤수는 자신의 역량으로 잘 메웠다. 게다가 기존 '마녀'의 캐릭터들은 앙상블을 펼칠 여지가 많지 않았는데 '폭군'은 임상(차승원)과 앙상블도 펼쳐야 한다. 조윤수는 이 부분도 잘 소화했다. 조윤수는 내년에 공개되는 디즈니+의 드라마 '조각도시'에 캐스팅됐다. 원작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 심은경이 연기한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폭군'과는 다른 연기를 보여주기 좋은 캐릭터라 더 기대된다.
김요한
- 이 배우에 대한 기억은 딱히 챙겨보지 않았던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무한총알'을 난사하는 장면이 유일하다. 주연급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조연으로 극을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할 것 같은 외모다. 그러나 늘 그렇듯 어떤 조연은 주연보다 큰 존재감을 발휘한다. 김요한은 '살인자ㅇ난감'으로 올해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OTT어워즈에서 남자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영화 '무도실무관'에서도 주인공의 조력자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요한은 데뷔 이래 주연을 맡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나 김요한은 안정된 연기로 이야기에 현실감을 불어넣어준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도 김요한이 연기하면 어디선가 일어날 법한 이야기가 된다. '군검사 도베르만'의 무한총알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배우는 앞으로 쓰임이 정말 많아질 것 같다. 김요한의 차기작은 대만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리메이크한 동명의 한국영화다. 역시 주연은 아니다. 그러나 대만의 가치관이 반영된 이 하이틴 멜로는 김요한 덕분에 꽤 한국적인 영화가 될 것이다.
우다비
- 작은 역할에 주로 출연한 이 배우에게는 작은 시련이 있었다. 우다비는 2022년 KBS 금요드라마 '디어엠'에 주연으로 출연해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그러나 함께 출연한 배우 박혜수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무기한 방영이 연기되더니 결국 라쿠텐 비키와 유넥스트 등 OTT로 해외에서만 공개됐다. 우다비에게 '디어엠'은 중요한 작품이었으나 방영이 불발되면서 이름을 알릴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그 '다음 기회'는 올해 '정년이'로 찾아왔다. '정년이'는 김태리와 신예은, 정은채, 김윤혜 등 거물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라마지만, 우다비가 연기한 홍주란은 존재감만으로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마도 '정년이'가 낳은 스타를 꼽아보라면 우다비가 대표적일 것이다.
한예지
- 한예지는 '아직 데뷔하지 않은 배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이름을 올린 이유는 앞서 언급한 우다비보다 더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예지는 이미 지난해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의 촬영을 마쳤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 드라마로 성공한 IP를 활용한 만큼 주연급 캐스팅 자체만으로 스타가 되는 길이 열린 작품이었다. 게다가 고윤정과 신시아 등 라이징 스타들과 함께 한예지도 주목받을 기회는 충분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불거진 전공의 집단사직 논란으로 드라마 공개는 무기한 연기됐다. 이는 한예지의 데뷔도 무기한 미뤄졌음을 의미한다. 포털사이트에는 아직 그녀가 소속사도 없다고 나온다. 그리고 스틸컷을 찾기도 어렵다. 내년에 대통령 탄핵으로 의정갈등이 일단락된다면 한예지는 드디어 데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탄핵 결과에 이 배우의 운명이 달렸다.
김정철
- '보통의 가족'은 공간을 넓게 쓰지 않는다. 몇 개의 사건이 등장하지만, 대화가 대부분인 이 영화는 거물급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와 같다. 여기서 재규(장동건)의 아들 시호 역할을 맡은 김정철은 속을 알 수 없는 사춘기 남자아이를 잘 연기한다. 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의 아역을 연기한 김정철은 2007년생으로 이제 곧 성인이 된다. 거물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는 풍부한 아역배우 경험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이제 성인연기자로 데뷔하는 이 배우는 '아역배우 출신'의 성공스토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홍예지
- '보통의 가족'에 출연한 배우 중에서는 재규의 아들뿐 아니라 재완(설경구)의 딸도 빼놓을 수 없다. 재완의 딸 혜윤을 연기한 홍예지는 김정철과 달리 경력이 화려한 배우는 아니다. '프로듀스48'에 출연했으나 중도 탈락했고 2022년 단편영화 '스쿨 카스트'와 장편영화 '이공삼칠' 등에 출연했다. 올해 공개된 작품 중에서는 '보통의 가족' 외에 드라마 '환상연가'와 '세자가 사라졌다' 등이 있다. 꽤 표독스럽고 쏘아붙이는 톤이 인상적인 이 배우는 앞으로 활동이 확실히 기대된다. 이미 '청와대 사람들'과 '여름방학'의 촬영을 마쳤지만, 업계 불황으로 편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이 배우의 연기를 볼 기회가 더 생기길 기대해본다.
시은미
- 이 배우는, 배우가 아니다. 2009년 GS칼텍스 서울 KIXX 프로배구팀에 입단해 선수생활을 한 전직 배구선수다. 그 경력에서 짐작할 수 있지만, 시은미는 영화 '1승'에 출연했다. '1승'은 이야기 특성 때문에 배구선수 출신들이 꽤 많이 배우로 출연한다. 다만 '1승'은 구단주와 감독이 주인공인 만큼 대부분의 선수 캐릭터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꽤 비중이 큰 방수지(장윤주)나 유키(이민지), 강지숙(신윤주) 등이 선수 캐릭터 가운데서는 비중이 있다. 이들을 제외한다면 꽤 비중이 크게 훌륭하게 소화한 배우는 바로 배구선수 출신 시은미다. 그녀는 쌍둥이 자매인 이진희와 이민희를 모두 연기했다. 연기를 해본 적도 없는 배구선수가 1인2역을 한 셈이다. 신연식 감독의 디렉션이 훌륭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잘 따라와준 시은미의 태도도 훌륭하다. 앞으로 그가 배우를 계속할지는 알 수 없다. 현재는 배구선수를 은퇴하고 비치발리볼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배구선수 역할이 아니어도 그가 종종 배우로 활동했으면 좋겠다.
김지안
- 2008년생인 이 배우는 김정철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아역배우 경력을 가지고 있다. 아역배우 짬이 늘었다면 어느 시점에서 터지는 계기가 올 수 있다. 김지안에게 올해는 분명 한 단계 도약하는 해다. 이는 영화 '파묘'에서 화림(김고은)의 무당 동료로 출연한 것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김지안은 올해 '파묘'뿐 아니라 '스위트홈' 시즌2, 3, '선산' 등 넷플릭스 시리즈에 잇달아 모습을 드러냈다. 아역배우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으며 이는 당장 내년이 아니어도 곧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지안은 드라마 '아이쇼핑'의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전, 란'을 연출한 김상만 감독의 차기작 '돼지우리'에도 캐스팅이 된 상태다. 확실히 행보가 범상치 않은 배우다.
'콘텐츠 > 기획'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닭국밥의 사사로운 영화 리스트 11편 (5) | 2024.12.19 |
---|---|
이선균 - 출연만으로 작품의 가치를 끌어올린 배우 (4) | 2023.12.29 |
불닭국밥의 사사로운 영화리스트 10편 (2) | 2023.12.21 |
어쩐지 2024년에 잘될 거 같은 배우 (0) | 2023.12.13 |
세기말 '또 다른' 시네필 다이어리 (2) | 2023.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