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외로움을 표현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무인도에 떨어뜨려 배구공과 친구를 하게 하거나 도심 한 가운데 작은 섬에 고립시킨다. 혹은 AI와 대화하게 하거나 리얼돌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게 한다. 더 예전에 어떤 사람은 집안의 모든 사물들과 대화를 했다(그러면서 그는 갑자기 뚱뚱해진 비누와 얼굴이 변한 인형을 눈치채지 못한다). 어떤 외로움은 너무 먼 세계에 있어서 쉽게 체감이 되지 않는다. 마치 외로움은 작가가 만들어 낸 허상처럼 허공 위를 헤매고 있다. "세상에 누가 배구공을 친구삼아 대화하냐"며 비웃겠지만, 이미 그 영화는 많은 관객들이 공감했다. 정말 너무 외로우면 배구공, 파인애플 통조림과 대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외로움의 끝은 어디일까? 그 물음의 답이 궁금해질..